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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격증

사용자 심리들 2019.06.14 15:58

협회나 개발원, 진흥원, 교육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을 찾아 전화를 한다.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고 불러주는 통장 계좌에 입금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정식 등록된 민간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기자는 자격증 3종(진로체험지도사 1급, 인성교육지도사, 중국어지도사 1급)을 땄다.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안 된다. 욕심을 냈다면 놀이한자지도사, 음악줄넘기지도사 등 7종의 자격증을 더 취득할 수도 있었다. 전화를 통해 딴 자격증은 집에서 택배나 등기로 받을 수 있다. 교육과정도 없고 시험도 없다. 그동안 민간 자격증은 온라인 강의와 온라인 시험이라는 번거로운 ‘요식행위’를 거쳐야 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다음은 자격증 발급기관인 ‘A진흥원’과 나눈 대화다.

-안녕하세요. 진로체험학습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요. 알려주세요.

“진로체험학습지도사 같은 경우는 지금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는데요. 교육 듣고 싶은 건가요. 자격증이 당장 필요하신 건가요?”

-자격증이 급하긴 한데….

“그러면 자격증을 먼저 발급해 드릴 테니 교육은 나중에 받으세요. 자격증이 급하면 자격증 먼저 받아 가시고요. 교육일정 잡히면 연락 드릴게요.”

-교육일정은 언제 잡힐까요?

“이르면 3월 4월 이후에 교육을 잡아갈 예정이에요. 지금은 연초라 날이 추워서 교육을 못하고요.”

-그럼 자격증 비용은 얼마를 드려야 하나요?

“일단 자격증 비용, 발급 비용만 10만원을 받고 있고요. 교육료는 현재 40만원, 교재비는 3만원이 들어가는데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자격증 발급 받으려면 10만원만 입금하면 된다는 거죠? 자격증은 어떻게 받죠?

“집이 멀면 택배 등기로 발송 가능하고, 정 급하시면 여기서 자격증 만든 거 사진 찍어 보내드리고 그 다음에 우편 발송해드리는데 이틀 정도 걸려요.”

-이 자격증이 정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인가요?

“네. 맞습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받아놓은 확인증도 있어요. 국가에서 인증 받아서 거기서 관리·감독을 하는데, 거기에서 확인하면 저희가 (인증)받았다는 게 나와요.”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자격증 취득과정도 끝났다. 이제 진로체험지도와 인성교육, 중국어 전문가가 됐다. 물론 중국어는 여전히 ‘니하오, 니취팔러마’ 정도밖에 모른다.

필라테스 1급도 온라인으로 ‘OK’

다른 곳은 어떤지 알아봤다. 대한민국 교육브랜드 대상을 받았고 수험생 10만명이 선택했다는 대표적인 자격증 발급기관이다. 살펴보니 분야별로 100개에 달하는 민간 자격증 과정이 마련돼 있었다. 쇼핑하듯 온라인 카트에 원하는 자격증을 골라 담았다. 전화 한 통에 자격증을 보내주는 ‘ㅎ진흥원’과 달리 온라인 수강과정이 필수였다. 실기과정이 필요한 자격증은 어떻게 취득하는지 궁금해 필라테스 자격증을 선택했다. 장학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강의는 무료로 제공된다. 전체 강의는 20개로 이 가운데 60% 수강을 마치면 시험 응시자격이 생긴다. 기자는 14개 강의를 듣고(켜놓고) 시험 응시자격을 얻어 시험을 봤다. 방식은 온라인 4지선다형으로 제한시간은 60분이다. 20개 문제를 푸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강의를 한 번도 듣지 않았지만 답을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사전에 제공되는 기출문제와 시험문제가 같고 답도 같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기가 배치된 순서도 같았다. 채점 결과 100점. 합격이다. 자격증 발급신청 자격이 생겼다. 클릭하니 입금자와 계좌번호가 뜬다. 입금하면 필라테스 1급 자격증이 배송된다. 몸짓 한 번 없이 필라테스 전문가가 됐다.

내친 김에 반려동물관리사 과정을 알아봤다. TV에서 이른바 ‘스타 훈련사’가 등장하면서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살아났다. 반려동물 시장이 2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반려동물 자격증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동물 관련 자격증만 155개. 반려동물관리사부터 반려동물아로마전문가, 장례지도사까지 비슷한 이름의 자격증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이 가운데 공인된 민간 자격증은 없다.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은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100% 민간 자격증이다. 앞서 취득한 필라테스 자격증과 같은 과정을 밟아 반려동물관리사 1급 자격증을 땄다. 이런 자격증은 현장에서 어떤 도움이 될까. 반려견 전문가 강형욱 훈련사는 “나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정말 말도 안되는 분들이 강아지 훈련사인 양 영업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강 훈련사는 “이쪽은 자격증 마켓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뭐만 나오면 앞에 타이틀을 붙여서 자격증을 만든다. 이런 자격증이 있다고 해도 내가 전문가인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등록만 하면 누구나 ‘자격증 장사’

2018년 현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민간 자격증은 2만8080개로 해마다 6000개가 넘는 민간 자격증이 생겨나고 있다. 국가 자격 명칭과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국방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누구든지 자격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등록절차만 밟으면 ‘자격증 장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피해는 수험생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공인’ ‘인증’ ‘국가 자격’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우거나 ‘취업 보장’, ‘채용 가산점’과 같은 과장광고를 하면서 수험생을 속이는 사례도 빈번하다. 실제로 최근 6년간(2012~2017) 표시의무 미준수로 적발된 기관은 111곳, 거짓ㆍ과장광고로 적발된 민간 자격 기관은 164곳에 달한다.

문제가 생겨 적발돼도 처벌은 솜방망이다. ‘자격기본법’에 따르면 민간 자격 관리자가 거짓ㆍ과장광고를 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적발된 기관 대부분은 ‘시정명령’을 받는 데 그친다. 검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격증을 남발해도 관리·감독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민간 자격증에 대한 관리·감독은 주무부처로부터 위탁받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위법사항을 적발하면 결과를 권한이 있는 주무부처에 알리고 있다. 이후 주무부처에서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실제 지도·감독을 한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801161113161&code=115#csidxc8d1de1e7c9bb66b6b693c265165b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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